| 제목 | 광주호남지회-병영수기집(틀린 방향이 아닌 다른 속도일 뿐) | 작성일 | 2019-12-12 | 조회수 | 289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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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방향이 아닌 다른 속도일 뿐 공군 00부대 병장 윤종현 2000년 1월 추운 겨울날에 공군에 입대하였다, 가을과 작별인사를 하고 훈련소와 사회를 잇는 문이 닫힌 뒤에 가장 먼저 했던 일은 소속 분류였다. 어떤 사람들과 훈련을 받고 생활관을 같이 쓰게 될까? 라는 걱정 반 기대 반이 담긴 생각을 하며 조교에게 건네받은 종이에 적힌 나의 소속을 확인했다. 소속을 확인하자마다 조교의 지휘 아래 소속된 소대의 깃발을 찾아갔고 그 주위로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조금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공통점이라고는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것 밖에 없을 것 같았던 1,600여명이 한 번에 입대했는데 당시 몸무게가 세 자리 수에 가까웠던 나의 체형을 가진 사람들만 내 주위에 있던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나중에 소대장님 말씀을 들어보니 우리 소대는 신체검사 당시 기준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는 훈련병들을 모아 놓은 ‘도전소대’인 것이었다. 상대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갔던 우리는 다른 소대원들과 몇 가지 다른 점이 있었다. 아침식사를 하기 전에 헛걸음을 자체적으로 다 하기로 했고 다른 훈련병들이 생활관에 있을 때 나가서 운동을 더 하기도 했다. 또한 먼 거리의 헛걸음 할 때 뒤처지고 느리다는 이유로 맨 마지막으로 출발하기도 했다. 군대 오기 전에 축구, 농구 등 운동을 즐겼던 덕분에 나는 달리는 것에 자신이 있었고 느린 달리기 속도와 번번이 낙오하는 소대원들이 답답하기만 했다. 그리고 가장 불쾌하고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우리 소대가 마주칠 때마다 보이는 다른 소대 훈련병들의 시선이었다. ‘ 도전소대’ 훈련병들은 뚱뚱해서 느려, 그런 몸을 가지고 있으니깐 낙오하지‘라는 시선이 느껴졌고 실제로 지나가다 그런 말 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었다. 답답함과 낮 뜨거운 시선 속에서 나는 ‘도전소대’에 있다는 게 창피하게만 느껴졌다. 도전소대가 차별 대우를 받고 있는 게 아닌가, 다른 소대원 때문에 같이 뒤처져 훈련 성적이 낮게 나오는 건 아닌지, 우리가 틀린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온갖 걱정이 들었다. 담당 소대장님과 조교는 우리가 뒤처지면 꾸짖고 벌을 주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말과 함께 힘든 훈련을 받느라 고생했다는 격려의 말을 항상 해주었다. 그럼에도 다른 소대가 보내는 조롱의 시선은 여전했고 도전소대에 대한 나의 걱정 역시 계속되었다. 그렇게 훈련 기간의 절반이 지났다. 공군 훈련소에서는 군장을 하고 3키로미터를 달리는 전투 띰걸음 훈련을 세 차례 실시하는데 그 중 마지막은 총까지 들고 띰걸음을 하는 훈련이었다. 총을 들지 않고 뛰었던 이전의 훈련에서도 많은 낙오자가 나왔기에 앞선 훈련보다 힘든 마지막 훈련에선 더 많은 낙오자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생각은 기우였다. 우리는 다른 소대보다 속도는 느렸지만 담당 조교와 소대원들 서로 간에 할 수 있다는 격려를 하고 파이팅 넘치는 함성을 지르며 발걸음을 이어나갔다. 훈련이 끝나고 보니 도전소대 40명 중 이전에 다리를 다친 몇 명을 제외하고는 낙오자가 거의 없었다. 조교는 도전소대가 이렇게 낙오를 적게 한 것은 조교가 된 이후 처음 보았다고 우리가 하지 못할게 뭐가 있냐면서 칭찬을 해주었다. 조교의 칭찬을 듣고 서로서로 도와가며 훈련을 받는 소대원들의 모습을 보며 틀리 긴 우리 소대가 아닌 나의 편견 담긴 태도였음을 깨달았고 마음가짐을 고쳐 나갔다. 남음 훈련에서도 힘들어하는 소대원들에게 함께 이겨 나가자며 먼저 다가갔고 속도가 느리면 속도를 맞추어 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소대원들도 서로에게 힘이 되는 말과 행동을 보며 주었고 나 역시 서툰 부분에서 소대원들의 도움을 받았다. 덕분에 우리는 성공적으로 훈련소를 수료하였고 당당히 최우수 소대에 뽑힐 수 있었다. 도전소대에 있다는 창피함은 자랑스러움으로 바뀌었다. 우린 틀린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속도가 남들과 달랐을 뿐 우리는 서로 도와가며 앞으로 잘 나아가고 있었다. 추운 겨울에 함께 빰 흘리며 훈련을 받았던 도전소대 소대원들과 우리를 잘 이끌어준 소대장님, 조교들에게 깊은 감사의 말을 늦게나마 전하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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