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병영문화혁신 '현재진행형'이어야 ..." 작성일 2015-12-29 조회수 2250

"병영문화혁신 '현재진행형'이어야 ..."

박 찬 구 서울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인터뷰
2015. 12. 28   17:43 입력 | 2015. 12. 28   18:24 수정

"전우 두고 나만 빠져나갈 수 없다"

북 포격도발 때 장병 전역 연기 러시

병영문화혁신 복합적인 효과인 듯

 

 

기사사진과 설명
박찬구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국방일보와 병영문화 혁신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박찬구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가 21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교수회관에서 국방일보와 병영문화 혁신에 대한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한재호 기자

  

"병영문화혁신위가 발족한 뒤 병영생활에 가시적인 성과가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 잘되고 있다고 해서 계속 잘될 것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습니다.

병영문화혁신은 늘 '현재진행형'이어야만 의미가 있습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얘기죠."

지난해 8월 민·관·군 병영문화혁신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지금까지 병영문화혁신운동을 쭉 지켜본

박찬구 서울대 윤리교육학과 교수는 병영문화혁신의 주체인 우리 군을 향해 조언했다.

지난 21일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박 교수는

 "우리의 병영문화가 좋은 방향으로 많이 변했고 또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면서 때로는 신랄한 지적을 했고,

때로는 진보적인 시각의 접근법을 강조했다. 하지만 한 시간 남짓 이뤄진 인터뷰 내내

그에게서는 우리 군·장병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애정을 엿볼 수 있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병영문화혁신위는 출범부터 전 국민적인 관심을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교수님은 혁신위에서 어떤 분야를 담당했나요?
"혁신위에서는 3분과 위원장을 맡았는데요. 아무래도 전공이 윤리학이다보니

혁신위에서 인권·인성·군대윤리 부문을 담당했습니다. 이후 혁신위가 해단한 뒤로도

국방부 병영문화혁신 자문위원장으로 활동했습니다."

-혁신위 활동 중 현장답사도 꽤 있었던 것으로 아는데 출범 당시 현장에서 본 병영문화의 실태는 어땠습니까?
"육·해·공군, 해병대 두루 가봤는데 해·공군과 육군은 조금 느낌이 달랐습니다.

육군의 최전방 부대에서 특히 눈에 띈 것은 낙후된 시설이었지요. 장병들이 경직되고 표정이 어두운 것은 아무래도 시설의 영향이 큰 것 같았어요.
해·공군의 경우는 주특기가 미리 정해지는 경우가 많은데요.

그렇다 보니 심적 불안이나 동요가 적은 것 같았습니다. 아무래도 이런 부분은 해·공군이 지원병인 이유가 크겠지요.

육군은 병력 수도 많고 조건들이 다양하다 보니 해·공군보다 열악한 곳도 많고 사고가 생길 위험도 크지요.

올해 육군에서 스스로 자원해 위험한 임무를 맡는 최전방 수호병을 뽑았는데 그들은 조금 달랐습니다. 자부심이 상당하더군요.

그런 친구들이 육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다양한 논의 끝에 22개의 최종안이 나왔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세부 항목이 굉장히 많습니다.

개중에는 군이 받아들이기 껄끄러운 것들도 있고요. 하지만 우리 군의 발전을 위해 내놓은 방안인 만큼

 마음을 열고 점진적으로 시행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실제로 지금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우리 군은 병영문화혁신을 위해 끊임없이 달려왔는데요. 교수님의 평가는 어떻습니까?
"얼마 전 육군12사단을 방문한 일이 있습니다. 국방부가 미리 정해놓은 부대이기는 하지만

혁신위원들은 짜놓은 각본 없이 자유롭게 분위기를 파악하고 장병들과 대화를 했는데요.

확실히 분위기가 좋아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깨끗한 독서카페도 생겼고 무엇보다 병사들의 표정이 많이 밝아졌습니다.

특히 제가 최근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것은 8월 북한의 포격도발 당시 전역을 연기한 장병들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젊은 세대의 애국심이 투철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지만 저는 병영문화혁신의 효과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구타도 없어지고, 서로 고운 말을 쓰고, 시설도 좋아지고….

이런 병영문화혁신의 효과가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여기(군대)도 지낼 만하다'란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죠.

위기 상황에서 '전우를 두고 나만 빠져나갈 수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낼 만하다'는 의식이 저변에 깔려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얘기입니다. 병영문화혁신이 군의 전력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입니다.

이제 군 복무 기간은 2년 남짓밖에 되지 않습니다. 병영문화혁신이 화두가 된 뒤로 장병들의 반 이상이 바뀌었다는 얘기죠.

혁신위의 추진 과정에서 들어온 신병들은 이미 그 영향을 받았고, 이제 그들이 부대에서 선임급이 됐습니다.

지금 병영이 밝아진 것은 병영문화혁신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입대한 이들이 자리 잡은 것이 크다고 봐요."

-하지만 병영문화혁신은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게 아니지 않을까요? 일각에서는 아직도 미흡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합니다.

교수님의 의견은 어떠신가요?
"미흡한 점은 당연히 있지요. 지금의 분위기가 계속되리란 보장도 없고요. 병사들의 순환이 빨라지니

병영문화혁신의 기강이 느슨해지는 순간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군의 기본구조가 갖는 문제점들,

즉 남자 중심의 집단, 기수 문화, 텃세 이런 것들은 근본적인 해결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분위기가 달라지면 금방 과거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병영문화혁신이 '현재진행형'이어야 하는 이유는 이 때문이죠.

이제 병사들의 인식이 달라졌으니 다음은 실질적으로 부대를 지휘하는 이들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분들이 변하지 않으면 근본적인 성공은 어렵다는 생각입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실 말씀이 있으신지요?
"우선 병력을 이끄는 간부들에게 병영문화혁신은 힘든 일일 수도 있습니다. 혁신안 실천과 교육훈련,

인권과 기강을 동시에 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요. 그래서 필요한 것이 앞으로 병사들을 이끌 초급간부들의 역량 강화입니다.

이들이 야전에 나가서 자신 있게 병사들을 지휘하고, 보듬어주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역량을 강화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병영문화의 주체인 병사들에게는 '군 생활은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인생 경험의 장이며 깨우침의 장'이란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고통 없이 얻는 것은 없습니다. 군 생활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중요한 깨우침을 얻을 수 있는 곳이 군대라는 말입니다.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전향적으로 군 생활을 했으면 합니다.

군이 강해지는 것은 모두의 염원이며 군의 중요성은 말할 필요 없이 자명합니다.

병영문화혁신은 진정한 강군으로 거듭나기 위한 중요한 작업입니다. 요즘 군대는 허송세월하는 곳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 다양한 활동이 벌어지고 있고 장병들은 인생에서 가장 성숙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민 여러분께 우리 군의 병영문화혁신을 믿고 지켜봐주셨으면 하는 부탁을 드립니다."

맹수열 기자 < guns13@dema.mil.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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